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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있기 좋은 날 _ 치즈의 성장소설
    문화 리뷰 2020. 11. 23. 17:05

    혼자 있기 좋은 날 _ 치즈의 성장소설

     

    청춘의 성장을 그린 야오야마 나나에의 따뜻한 소설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났다. 

    2007년 야오야마 나나에게 혼자 있기 좋은 날을 발표한 때가 겨우 23살이었다.

    아마도 1983년생인 야오야마 나나에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스무 살 청춘의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땐 혼자 있기 좋은 날의 작기인 야오먀아 나나에, 그리고 주인공인 치즈와 몇 살 차이 나지 않았을 때였고, 지금은 그땐 참 어렸었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훌쩍 나이를 먹었지만, 다시 읽게 된 혼자 있기 좋은 날은 지금의 나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털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했다.

     

     

    주인공은 엄마와 단둘이 살던 스무 살의 치즈이다.

    엄마의 유학으로 50살이나 차이가 나는 친척 할머니인 깅코씨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치즈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치즈는 이제 막 사회에 나서는 사회 초년생이다.

    백만 엔의 저축을 목표로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하며 나름 연애도 하지만 헤어지고 상처받고 치유하는 걸 반복한다.

    남들보다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치즈는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여성스럽고 무엇보다 여유 넘치는 깅코씨를 질투한다.

    남들보다 못생겨서, 남들보다 친절하지 않아서, 그래서 남들보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탓에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가까이하지 않고 치즈 스스로 퉁명스럽고 친절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50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깅코씨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히스테릭을 부리는 치즈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치즈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상처와 바닥에 내팽개쳐진 자존감,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다 혼자가 되고 또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을 생각하면 동시에 안쓰러워졌다.

    그리고, 그런 치즈의 히스테릭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 있게 받아치며 오히려 스무살의 치즈보다 더 소녀처럼 인생을 즐기는 깅코씨를 보며 내 미래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어린 치즈의 화장품을 몰래 훔쳐 바르고, 풋풋한 청춘들이 챙길법한 밸런타인데이를 챙기는 깅코씨의 모습엔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두 사람의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재미있었다.

    혼자 있기 좋은 날, 소설의 내용과 제목이 어울리지 않은 듯 어울렸다.

    책 속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가 마음에 쏙 들었다.


    치즈가 말한다.

    할머니, 할머니, 세상 밖은 험난하겠죠? 저 같은 건 금방 낙오되고 말겠죠?”

     

    깅코씨가 대답한다.

    세상엔 안도 없고 밖도 없어, 이 세상은 하나밖에 없어.”


    나이를 무기로 무조건 설교하지도, 화를 내지도, 치즈를 눌러 내리지 않는 깅코씨만의 여유로운 대답이었다.

    치즈가 깅코씨를 질투했던 건 50살이나 어린 자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행복한 연애를 하거나 외모에 신경을 쓰며 더 예뻐지는 할머니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무슨 일 앞에서든 여유롭고 긍정적인 깅코씨의 연륜이었을 것이다.

    사실은 시기와 질투가 아닌 멋진 여성의 삶을 사는 깅코씨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

     

    소설 혼자 있기 좋은 날은 이 책을 처음 읽었었던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치즈의 성장기를 보며 십 년이나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지금 내 나이에 잊고 있었던, 다시 한번 멋진 삶을 살아가기 위한 스무 살 어렸던 그때의 다짐을 생각나게 했다.

    쌀쌀해진 날씨 따뜻한 담요를 덮고 귤까먹으며 다시 읽어도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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